00Q 전력- 첫 살인

00Q/00Q전력 2016. 1. 3. 23:31
*짧습니다
*재미없어요. 막 휘갈겼습니다.
*본드의 첫 살인에 대한 기억을 보듬어주는 큐를 보고싶었는데 실패한 것 같네요.
*캐붕주의







탕-



모든 더블오섹션의 요원들이 말했듯, 처음의 '살인'은 너무나도 어려웠다. 제 전임 007도, 현재의 005도 모두 햇병아리 제임스 본드-이제 막 00섹션에 올라선-에게 귀에 딱지가 앉도록 했던 말이었다. 아무리 타겟을 맞추는 연습을 했어도 살인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었다. 더블오 요원들의 시작은 모두 그랬다.


제 첫 살인도 그랬다. 아무리 '국가'를 위한 살인이라고 해도, 살인에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것에 의문을 가졌다. 제 신분은 공적으로는 제임스 본드 중령이었고, 드러나서는 안되는 그림자같은 존재였다. 처음 방아쇠를 당기던 날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았고, 종종 꿈에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 꿈을 꿀 때면 식은땀이 등 뒤로 흐르기도 했다.



*




"큐."


"또 꿈을 꿨군요."


제 옆의 어린 연인은 언제나 깊은 잠을 자지 못했다. 옆에서 잠든 제게 신경을 쓰는 것도 있었으나 가장 큰 이유는 너무나도 많은 업무 때문이었다. 덕분에 항상 악몽을 꾸고 나면 제 옆에 있던 어린 연인이 그를 안아주었다. 식은땀으로 범벅이 된 몸이었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무심한 얼굴로 노트북을 두드리면서도, 제게 온 신경을 쏟는 것이 고마웠다.


처음 제가 악몽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을때, 그의 반응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그저 무덤덤하게 그랬군요. 라고 고개를 끄덕였을 뿐. 물론 그도 본드 못지 않게 많은 죽음을 봐왔지만 한 번도 제 손으로 다른 사람을 죽인 적은 없었다. 때문에 살인의 무게를 제 손으로 느껴본 적이 없을 것이 분명했다.



"....당신의 첫 살인이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는지는 내가 짐작하지 못하겠죠. 지금까지 트라우마로 남을 정도니까."


"......."


"나는 당신의 트라우마를 없애진 못해요. 그저 이렇게 꿈을 꿨을 때, 내가 할 수 있는건 식은땀을 흘리는 당신을 안아주는 것 밖에 못 하죠."


"...그거면 충분해, 큐."



*



제 첫 살인은 어느 생체실험실의 책임자를 죽이는 일이었다. 일대 일로 그와 대면하고는 총을 들어올렸을 때, 수없이 많은 움직이는 타겟판을 쏘았음에도 쉽게 방아쇠를 당길 수 없었다. 제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보고 그는 서랍 속의 제 총을 집어들었다. 역시, 미리 총알을 빼 두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을 때 이미 싸늘히 식은 시체가 되어 있었을 것이 분명했으니까.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는군? 처음인가?"


조롱 섞인 비웃음을 던지던 그를 향해 총을 들어올렸다. 방아쇠를 당기던 순간 마주친 그의 눈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 그 눈이 감기지 못하고 몸이 뒤로 넘어갔다. 싸늘히 식어가는 죽어버린 몸뚱아리를 한참이나 들여다 보았다. 제 첫 살인이었고, 그 눈은 지금까지도 꿈에 등장했다. 갈색의 눈동자였다.


처음 임무를 완수하고는 MI6로 복귀했을 때, 본드는 수많은 심리치료를 받아야했다. 잠이 들면 갈색의 눈동자가 저를 따라다녔다. 제가 사용했던 총을 가지고 복귀했으나 그 총은 두 번 다시 사용할 수 없었다. M은 말없이 본드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아마 그 손길이 없었다면 정말로 미쳐버렸을 것이다.


훈련을 할 때도 타겟에 그 눈동자가 비쳐 보였다. 후들거리는 다리와 손 때문에 1위를 달리던 본드의 사격 훈련 점수는 엉망이 되었다. 결국 본드는 첫 임무를 완수하고는 세 달을 심리 치료에 매진해야 했다. 그만큼 첫 살인의 무게는 너무나도 무거웠다.



*



"내가 누누히 얘기하지만 요원들은 대부분 꾸준한 심리 치료를 필요로 해요."


"그래도 빈도 수가 많이 줄었는걸."


"빈도 수가 적은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지금. 몇 년이 지났는데도-"


"16년이 지났어, 큐."


"......"


"근데 어제 일 처럼 생생해. 모든 더블오 요원들이 그랬겠지. 다들 나에게 그랬어. 처음은 어렵지만 두 번째 부터는 쉽다고. 그건 맞는 얘기야. 난 지금 두 번째 타겟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거든."


"내가 죽을 때까지 아마 날 따라다닐거야. 그건 내 그림자야, 큐."


"....본드."



불쌍한 사람. 큐는 그런 본드를 좀 더 꼭 안아주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일에 대한 기억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의 옆에 있어주는 것, 그것 하나 뿐이었다. 적어도 함께 있을 땐 그 '첫 살인'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까.


단단한 굳은살이 배긴 손가락을 감싸쥐었다. 이 손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리게 했는지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큐는 제 애인의 손바닥에 입을 맞췄다. 까칠한 손바닥이 입술에 고스란히 닿았다. 큐는 입술을 떼지 않은 채로 말을 이었다.


"그래도 발터는 꼬박꼬박 반납하도록 해요. 알았죠?"


눈을 접으며 예쁘게 말한 큐가 쪽, 소리나도록 다시 손바닥에 입을 맞췄다. 어깨를 으쓱한 본드가 그의 얼굴을 끌어왔다. 가까워지는 얼굴에 큐는 사르르 웃으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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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Q 전력-부상

00Q/00Q전력 2015. 12. 27. 23:25
*오타 및 노잼주의
*짧습니다






쾅-


귀를 찢는 듯한 폭발음이 큐브랜치에 울렸다. 거대한 화면을 가득 채운 새까만 연기 때문에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머그잔을 들고 있던 손이 부들부들 떨렸고, 기어이 그 머그잔은 바닥으로 떨어지며 제 모습을 잃었다.


"부장님? 부장님! 괜찮으세요?"


태너가 큐의 어깨를 잡았다. 손 뿐만 아니라 온 몸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태너의 목소리를 듣고 가까스로 제정신을 되찾은 큐가 떨리는 손으로 키보드를 잡았다.


"더블오세븐? 더블오세븐! 내 말 들려요?"


인이어가 치직거린다는 걸 알면서도 소리친 큐의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담겨있었다. 당연하게도 돌아오는 목소리는 없었다. 불안한 큐의 동공이 떨렸다. 한참을 아무것도 못한 채 애꿎은 책상만 쾅쾅 쳐대고 있었다. 몇 시간이 지나도 큐는 움직일 줄 몰랐다. 주변의 카메라들을 아무리 돌려도 본드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




치직거리던 인이어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그것이 누구인지 알아채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큐의 얼굴이 순식간에 기쁨으로 물들었다.


"더블오세븐? 지금 어디에요? 무사해요?"


"큐.."


"어디에요. 어디길래 스마트 블러드도 뺀거에요?"


"큭...뺀게 아니고,.."


"아냐, 그건 됐고. 일단 어디에요. 지금 의료팀이랑 백업 팀 보낼거에요.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니죠?"


"임무 지역에서, 크윽. 세시 방향으로 약 500미터정도.. 폐건물 안에 있어, 큐. 빨리... 윽,"


"다들 뭐 해요? 본드 목소리 못들었어요? 빨리 의료팀이랑 백업 팀 보내요! 태너, 멍하니 서있지 말고요!"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는 큐의 손이 빨라졌다. 태너는 황급히 의료팀과 백업팀을 보냈고, 그제야 한숨을 내쉰 큐가 제 발치의 깨진 머그잔을 바라보았다. 젠장, 어쩐지 이번 머그는 꽤 오래간다 했는데.

본드의 백업을 할 때마다 평소보다 더 강박적으로 얼그레이를 찾는 큐는 그가 위험에 처하기라도 하면 어김없이 머그를 떨어트렸다. 연인이 되기 이전에는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늘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큐를 감성적으로 만들어버린건 바로 그 유명한 제임스 본드였다.


사람들은 처음에 저 둘의 연애가 오래지 않아 파토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3년째 연애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것도 꽤나 평범하게.

주말에만 만나던-그마저도 큐의 워커홀릭 기질 때문에 몇 시간 만나지도 못했다-그들은 점차 MI6내에서도 붙어먹더니, 결국에는 플랫을 합치기에 이르렀다. 이유인 즉슨 볼 시간도 부족한데 꼭 떨어져 지내야하냐는 큐의 합리적인 시간 개념 때문이었다. 본드는 흔쾌히 수락했고, 그들은 사실상 결혼만 안 했지 거의 부부같은 사이였다. 둘 사이의 파트너쉽은 더욱 끈끈해졌고, 본드도 조금은 제 몸을 아낄 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본드가 다칠 때마다 머그잔을 깨는 큐는 정말이지 더이상은 본드의 백업을 하고 싶지 않았다. 제 두 눈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부상을 당하는 장면을 본다는건 끔찍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드와의 연애 후에는 종종 태너에게 백업을 맡기기도 했었다.

한참을 브랜치에 앉아있던 큐가 의료팀이 도착했다는 말과 동시에 지하의 의료센터로 향했다. 수술실에 들어간 본드의 상황을 물어보니 이번 부상은 꽤나 심각했다. 어깨에 총상을 입었고, 왼팔과 등에 자상을 입었다고 했다. 출혈이 꽤 많아 조금만 더 있었다면 쇼크가 올 수 있었다고 하는 의사의 말에 그만 큐의 다리가 풀려버렸다. 옆에 있던 말로리와 태너가 그를 일으켜 주었다. 큐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



수술실에서 병동으로 옮겨진 본드는 수술이 끝난지 세시간이 지났음에도 눈을 뜨지 않고 있었다. 초조하게 옆에 앉아 손을 덜덜 떨던 큐가 미세한 손의 움직임에 놀라 몸을 일으켰다. 제임스? 하고 조심스레 부르니 눈을 뜬 본드의 눈동자와 제 눈동자가 마주쳤다. 순식간에 눈앞이 흐려졌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못하고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


"...큐."


다 갈라진 목소리로 말하는 그가 안쓰러웠다. 물을 입 앞에 대주니 끄응, 하는 소리와 함께 살짝 몸을 일으켜 물을 삼켰다. 왜 울어. 하고 말하는 목소리가 마치 저를 달래는 것 같아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으흑, 흑,...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기는 해요?"


"안 죽었잖아."


입만 살아서는, 진짜! 하고 소리치던 큐가 본드의 웃는 얼굴을 보고는 와아앙- 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본드는 오른팔을 옮겨 제 옆에 놓인 큐의 손을 잡아주었다. 제 손을 급하게 휘감아오는 큐의 손가락을 쓸어준 본드가 그의 눈물이 그칠 때까지 잠자코 기다려 주었다.

한참을 울던 큐는 티슈로 제 눈물을 모두 닦아내었다. 퉁퉁 부은 눈이 제법 귀여워서 본드는 피식, 하고 웃어버렸다. 부끄러운지 고개를 푹 숙인 큐가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웃지 마요, 진짜...."


"보직 변경 신청할까, 큐?"


나 때문에 우는 네 모습 더이상 보고싶지 않아. 라고 덧붙인 본드의 말에 큐는 놀란듯 눈을 깜빡였다. 그동안 여러번 보직 변경을 하라고 해도 그렇게 말을 듣지 않던 본드였는데. 큐는 가까스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죠? 약속 한거에요? 약속 꼭 지켜야해요?"


고개를 끄덕인 본드가 큐와 눈을 맞췄다. 푸른 눈에 담긴 확신이 그에게도 전해졌다. 위험한 일이 없을거라곤 장담하지 못하지만, 적어도 화면으로 제 연인에게 죽음을 선물하는 일은 없을 것이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큐는 몸을 숙여 제 연인에게 입을 맞췄다. 입술이 닿기 직전, 고마워요. 라고 속삭인 입술이 까칠한 본드의 입술 위에 살며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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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Q 떡썰

00Q/조각글 2015. 12. 25.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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