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Q 전력-부상

00Q/00Q전력 2015. 12. 27. 23:25
*오타 및 노잼주의
*짧습니다






쾅-


귀를 찢는 듯한 폭발음이 큐브랜치에 울렸다. 거대한 화면을 가득 채운 새까만 연기 때문에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머그잔을 들고 있던 손이 부들부들 떨렸고, 기어이 그 머그잔은 바닥으로 떨어지며 제 모습을 잃었다.


"부장님? 부장님! 괜찮으세요?"


태너가 큐의 어깨를 잡았다. 손 뿐만 아니라 온 몸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태너의 목소리를 듣고 가까스로 제정신을 되찾은 큐가 떨리는 손으로 키보드를 잡았다.


"더블오세븐? 더블오세븐! 내 말 들려요?"


인이어가 치직거린다는 걸 알면서도 소리친 큐의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담겨있었다. 당연하게도 돌아오는 목소리는 없었다. 불안한 큐의 동공이 떨렸다. 한참을 아무것도 못한 채 애꿎은 책상만 쾅쾅 쳐대고 있었다. 몇 시간이 지나도 큐는 움직일 줄 몰랐다. 주변의 카메라들을 아무리 돌려도 본드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




치직거리던 인이어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그것이 누구인지 알아채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큐의 얼굴이 순식간에 기쁨으로 물들었다.


"더블오세븐? 지금 어디에요? 무사해요?"


"큐.."


"어디에요. 어디길래 스마트 블러드도 뺀거에요?"


"큭...뺀게 아니고,.."


"아냐, 그건 됐고. 일단 어디에요. 지금 의료팀이랑 백업 팀 보낼거에요.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니죠?"


"임무 지역에서, 크윽. 세시 방향으로 약 500미터정도.. 폐건물 안에 있어, 큐. 빨리... 윽,"


"다들 뭐 해요? 본드 목소리 못들었어요? 빨리 의료팀이랑 백업 팀 보내요! 태너, 멍하니 서있지 말고요!"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는 큐의 손이 빨라졌다. 태너는 황급히 의료팀과 백업팀을 보냈고, 그제야 한숨을 내쉰 큐가 제 발치의 깨진 머그잔을 바라보았다. 젠장, 어쩐지 이번 머그는 꽤 오래간다 했는데.

본드의 백업을 할 때마다 평소보다 더 강박적으로 얼그레이를 찾는 큐는 그가 위험에 처하기라도 하면 어김없이 머그를 떨어트렸다. 연인이 되기 이전에는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늘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큐를 감성적으로 만들어버린건 바로 그 유명한 제임스 본드였다.


사람들은 처음에 저 둘의 연애가 오래지 않아 파토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3년째 연애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것도 꽤나 평범하게.

주말에만 만나던-그마저도 큐의 워커홀릭 기질 때문에 몇 시간 만나지도 못했다-그들은 점차 MI6내에서도 붙어먹더니, 결국에는 플랫을 합치기에 이르렀다. 이유인 즉슨 볼 시간도 부족한데 꼭 떨어져 지내야하냐는 큐의 합리적인 시간 개념 때문이었다. 본드는 흔쾌히 수락했고, 그들은 사실상 결혼만 안 했지 거의 부부같은 사이였다. 둘 사이의 파트너쉽은 더욱 끈끈해졌고, 본드도 조금은 제 몸을 아낄 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본드가 다칠 때마다 머그잔을 깨는 큐는 정말이지 더이상은 본드의 백업을 하고 싶지 않았다. 제 두 눈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부상을 당하는 장면을 본다는건 끔찍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드와의 연애 후에는 종종 태너에게 백업을 맡기기도 했었다.

한참을 브랜치에 앉아있던 큐가 의료팀이 도착했다는 말과 동시에 지하의 의료센터로 향했다. 수술실에 들어간 본드의 상황을 물어보니 이번 부상은 꽤나 심각했다. 어깨에 총상을 입었고, 왼팔과 등에 자상을 입었다고 했다. 출혈이 꽤 많아 조금만 더 있었다면 쇼크가 올 수 있었다고 하는 의사의 말에 그만 큐의 다리가 풀려버렸다. 옆에 있던 말로리와 태너가 그를 일으켜 주었다. 큐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



수술실에서 병동으로 옮겨진 본드는 수술이 끝난지 세시간이 지났음에도 눈을 뜨지 않고 있었다. 초조하게 옆에 앉아 손을 덜덜 떨던 큐가 미세한 손의 움직임에 놀라 몸을 일으켰다. 제임스? 하고 조심스레 부르니 눈을 뜬 본드의 눈동자와 제 눈동자가 마주쳤다. 순식간에 눈앞이 흐려졌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못하고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


"...큐."


다 갈라진 목소리로 말하는 그가 안쓰러웠다. 물을 입 앞에 대주니 끄응, 하는 소리와 함께 살짝 몸을 일으켜 물을 삼켰다. 왜 울어. 하고 말하는 목소리가 마치 저를 달래는 것 같아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으흑, 흑,...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기는 해요?"


"안 죽었잖아."


입만 살아서는, 진짜! 하고 소리치던 큐가 본드의 웃는 얼굴을 보고는 와아앙- 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본드는 오른팔을 옮겨 제 옆에 놓인 큐의 손을 잡아주었다. 제 손을 급하게 휘감아오는 큐의 손가락을 쓸어준 본드가 그의 눈물이 그칠 때까지 잠자코 기다려 주었다.

한참을 울던 큐는 티슈로 제 눈물을 모두 닦아내었다. 퉁퉁 부은 눈이 제법 귀여워서 본드는 피식, 하고 웃어버렸다. 부끄러운지 고개를 푹 숙인 큐가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웃지 마요, 진짜...."


"보직 변경 신청할까, 큐?"


나 때문에 우는 네 모습 더이상 보고싶지 않아. 라고 덧붙인 본드의 말에 큐는 놀란듯 눈을 깜빡였다. 그동안 여러번 보직 변경을 하라고 해도 그렇게 말을 듣지 않던 본드였는데. 큐는 가까스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죠? 약속 한거에요? 약속 꼭 지켜야해요?"


고개를 끄덕인 본드가 큐와 눈을 맞췄다. 푸른 눈에 담긴 확신이 그에게도 전해졌다. 위험한 일이 없을거라곤 장담하지 못하지만, 적어도 화면으로 제 연인에게 죽음을 선물하는 일은 없을 것이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큐는 몸을 숙여 제 연인에게 입을 맞췄다. 입술이 닿기 직전, 고마워요. 라고 속삭인 입술이 까칠한 본드의 입술 위에 살며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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