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Q전력- 고백

00Q/00Q전력 2016. 3. 6. 22:56



*오랜만의 전력이라 재미없습니다
*혹시 모를 오타 주의
*짧음 주의




"아아니 그래숴어! 내 머리가 곱슬곱슬하든 말든! 지가 뭔 상관인데요!"


"푸흡, 큐, 취했어요?"


"어? 머니페니? 언제부터 여기 있었어요?"


"세상에, 큐, 난 아까부터 당신 이야기 듣고 있었잖아요."


"아, 그랬나."


뒷머리를 벅벅 긁은 큐가 잔을 말끔하게 비워냈다. 이미 몽롱하게 풀린 두 눈은 초점을 잡지 못했다. 때문에 큐는 겨우겨우 빨간 드레스를 입은 것이 머니페니라는 것을 기억해내었다.


"머니페니이- 그러니까, 그 망할.. 제임스 본드가아-"


"네, 네. 계속 하세요-"


"그러니까아... 왜,.. 자꾸, 자꾸...."


"생각나요?"


흥미진진한 큐의 취중진담에 큐브랜치 직원들이 귀를 기울였다. 머니페니는 다 알고 있다는 듯한 미소로 큐를 바라보았다. 아마 테이블 저 끝에 제임스 본드가 있다는 것을 꿈에도 모르는 것 같았다. 조금만 더 한다면 재밌는 상황이 될 것 같았다. 머니페니는 큐의 이마를 톡톡 쳤다.


"그..., 네. 자꾸 그래요."


"자꾸 심장도 뛰고?"


"음.. 네.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푸흡. 정말이지 귀여운 구석이 있는 사람이라니까.


"그거 화병이에요."


"그쵸? 어쩐지 자꾸 막 열이 오르는게 막...!"


"사실, 좋아하는거에요."


내가요? 그런가... 하면서 눈을 동그랗게 뜨는 큐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취해서 초점이 흐릿한 와중에도 정확히 머니페니를 쳐다본 큐가 멍한 눈으로 머니페니를 따라 고개를 끄덕였다. 다 듣고 있던 본드도 그 상황이 꽤나 웃겼는지 잔을 들고 큭큭거렸다. 곧이어 눈을 굴리던 큐가 어지러운지 소파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그제서야 소리내어 웃은 머니페니가 큐의 눈 앞에 손가락을 흔들어댔지만 이미 큐는 정신을 놓은 뒤였다.


"내가 데리고 가지."


"본드, 큐의 플랫을 알아요?"


"아니, 내 플랫으로."


"...."


"깨어나면 어떤 반응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


큐를 안은 채로 건물을 빠져나가는 본드를 보며 태너 이하 큐브랜치 사람들은 내기로 돈을 걸기에 바빴다. 큐가 오늘 한 말을 기억할 지 안할지, 확률은 50대 50이었다.



*



"으으.., 머리아파.."


"일어났나, 큐?"


"ㄴ.. 본드? 당신이 왜 내 플랫ㅇ.."


안경을 쓰자 말끔해진 시야에 들어온 것은 익숙한 제 플랫이 아니었다. 하긴, 아마도 제 플랫이었다면 진작에 제 고양이들이 저를 깨웠을 것이었다. 고개를 저은 큐가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았다. 방금 씻었는지 가운 차림의 본드가 보였다. 멍한 큐의 눈을 보고는 재미있는지 어깨를 들썩거리며 웃는 얼굴이 제법 얄미웠다.


"어제 일이 기억 안 나나보지?"


"어제요? 무슨...?"


정말로 모른다는 눈빛의 큐를 보자 내심 서운해진 본드가 큐의 앞으로 다가갔다. 올려다보는 눈이 아직 탁했다. 브랜치에서 보던 똑부러진 눈이 아니었다. 흐트러진 큐의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라 느낌이 생소했다. 곱슬거리는 머리칼 사이로 손가락을 넣었다. 부드러운 느낌이 마치 강아지를 쓰다듬는 것 같았다. 물론, 큐의 성격은 따지자면 강아지보단 고양이에 더 가까웠지만.


"정말로 기억이 안 난다니 섭섭한데. 어제 네가 고백했잖아, 큐."


"네? 제가요? 뭘요?"


"나 좋아한다며."


귓가에 속삭인 본드가 장난스레 볼에 입을 맞추자 큐의 얼굴이 화르륵 달아올랐다. 아무래도 제 쿼터마스터는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다. 점점 더 재밌어지는 반응에 본드의 입꼬리도 올라갔다.



"...놀리지 마요."



입이 댓발 튀어나와서는 제 행동을 타박하는 것도 귀여웠다. 어쩌면, 저도 쿼터마스터와 같은 마음이었을 거라고 생각한 본드가 그와 눈을 마주했다. 가까워진 거리에 저도 모르게 입술을 집어넣은 큐가 눈을 깜빡였다.


"놀리는 것 같아, 큐?"


고개를 저은 큐가 제 손으로 입술을 가렸다. 말 할 때마다 닿을 것 같은 아슬아슬함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본드가 그런 큐의 손등 위에 입을 맞추고는 떨어져 나갔다.


"나도 같은 마음이라면, 믿어 줄 건가?"


씨익 웃은 본드가 큐의 머리를 헝클어 놓고는 방을 나섰다. 어쩌면, 제 쿼터마스터가 술김에 고백하지 않았더라도, 제가 먼저 말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본드였다.


그리고, 방에 남겨진 큐는 달아오른 볼을 식히느라 무던히도 애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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