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Q전력- 화이트데이

00Q/00Q전력 2016. 3. 13. 23:30


*00Q전력-비밀연애 편과 조금 이어질지도..
*늘 그렇듯 재미없습니다





".....엘."


한숨을 푹 내쉬는 큐의 얼굴이 어두웠다. 3월 13일, 일요일인데도 야근을 하고 있던 큐와 엘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차트를 훑어보며 보고서를 작성하던 엘이 기지개를 켰다.


"왜요, 큐?"


"내일이 화이트데이라면서요?"


"음.. 맞아요. 근데 큐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달력을 보던 엘이 고개를 갸우뚱, 했다. 큐가 이런 걸 챙기는 사람이었나. 여태까지의 큐의 연애사를 곰곰이 생각하던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큐는 단 기념일을 챙기는 타입이 아니었다. 그 때문에 많이 차이기도 했고 말이다.


"근데 큐, 그런 거 안챙겼잖아요."


"그랬죠. 근데-"


"...본드가 지난 그.. 발렌타인데이때.. 챙겨줘서,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요."


"세상에, 큐!"


제 랩탑을 가져와 큐 밖에 없는 브랜치에서 작업을 하고있던 그녀는 너무 놀라 그만 얼그레이를 바닥에 엎질렀다. 정작 큐는 아무렇지도 않게 제 랩탑을 두들기고 있었지만, 빨개진 귀 끝은 숨기지 못했다.


"어 그럼.. 사탕은 샀어요?"


"단 거는 의외로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더라구요. 나랑 입맛이 정 반대에요."


"음.. 사탕을 싫어하는구나. 술은 어때요? 007은 술 즐기잖아요."


"어.. 사탕이 아니어도 괜찮은 거에요?"


"사랑하는 사람이 주는데 물건이 중요할까요, 큐?"


아. 하며 고개를 끄덕인 큐가 고마워요. 라고 하며 미소지었다. 엘도 큐를 따라 미소지었다. 부럽다, 큐. 라고 하며 턱을 괴자 큐가 엘과 눈을 마주했다.


"아.. 엘 남자친구 없었지."


"...큐. 지금 나 놀리는거죠?"


"아닌데."


피식 웃는 큐가 얄미웠다. 007은 지금쯤 하늘 위에 있을 것이었다. 며칠 전 헝가리에서의 임무를 끝마치고 돌아오는 중이었다. 덕분에 큐가 그를 위한 선물을 고를 시간이 남아있었다. 엘은 보고서를 정리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의 다 했으면 일어나요, 큐."


"어디 가요?"


"어디긴요. 선물 골라야죠."


"아아- 잠깐만요."


안 돼요. 당신의 잠깐만은 1시간이 넘잖아요. 하며 큐를 잡아 끈 엘이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다행스럽게도 큐는 모든 시스템을 꺼버리는 것을 성공했고, 제 야상을 든 엘에게 끌려나가고 있었다.


"상점들이 거의 문을 닫을 시간이라구요. 얼른 가서 007의 취향에 맞는 술을 골라야죠. 그리고 내가 플랫까지 태워다 줄게요. 큐는 차 없잖아요."


"아, 고마워요."


"이 정도 가지고 무슨. 아, 이제 MI6 밖이니까 경어 안 써도 되겠네."


시동을 걸어 MI6를 빠져나온 둘은 술을 전문적으로 파는 가게로 향했다. 상점의 벽을 빼곡히 채운 술병들이 신기한지 큐는 계속 들여다 보고 있었다. 술의 향이 독한 것을 좋아한다는 007의 취향에 맞추어 골라달라고 부탁한 큐가 창고에 들어간 노인을 빤히 쳐다보았다.


"내가 술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네."


"그래도 향이 독한 걸 좋아하는 건 용케도 안 잊어먹었네, 큐?"


"음.. 그러게."


"아마 네가 그만큼 007에게 관심이 있다는 뜻이겠지."


잘 포장된 술병을 받아든 큐가 돈을 지불했다. 오래된 가게라 그런지 술도 오래 되었고, 그만큼 값어치가 더 나가는 술이었다. 두꺼운 종이 박스따위가 아닌, 짙은 나무 상자로 포장해서 더 고급스럽게 보였다. 큐는 벌써부터 좋아할 본드의 얼굴이 생각나는지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가자. 플랫에 데려다 줄게."


"응, 안녕히 계세요-"


차에 올라 타서도 소중한 듯 꼭 안고있는 큐가 귀여워 풋, 하고 웃었다. 본드가 저렇게도 좋을까, 묘하게 부러워지는 엘이었다. 사실, 일과 결혼했다고 해도 될만큼 엘은 놀랍게도 연애에 관심이 없었지만, 기념일만 되면 옆구리가 시린 것이 영 아니었다. 그리고 제 친한 친구인 큐가 닭털을 폴폴 날릴 때면, 어김없이 2년 전에 헤어진 제 남자친구가 어렴풋이 생각나기도 했고 말이다.


"그러고 보니 엘은 애인 안 사귀어?"


"내가 연애는 무슨. 바빠 죽겠는데 무슨 연애야."


"나도 그랬지. 하지만 본드랑 그렇게 되고 나서는-"


"큐. 닭털 날리니까 조용히 해줄래? 대로 한가운데에서 세워 줘?"


"...미안. 계속 가."


이럴 때보면 영락없이 장난꾸러기인데. 이래서 본드가 큐보고 귀엽다고 하는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인 엘이 핸들을 꺾었다. 오랜만에 오는 큐의 플랫이었다. 시동을 걸어 출발한 엘이 사이드미러로 그의 플랫에 불이 켜지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눈을 돌려 앞을 바라보았다. 기념일을 챙기지 않는 큐가 본드를 위해서 술을 다 사다니, 오래살고 볼 일이었다.



*



플랫의 불이 켜지고, 제 고양이들이 달려나와야 하는데도 플랫은 묘하게 조용했다. 신발을 벗고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제 소파를 보고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제 고양이들은 그 무릎에 누워 골골거리고 있었다.


"제임스!"


"꽤 늦었군."


"왔으면 연락을 하지..! 왜 불도 안 켜고 있었어요?"


"너 놀래켜 주려고. 손에 든 건 뭐지?"


"아, 이건...."


말끝을 흐리는 큐에 성큼성큼 다가가 박스를 열어본 본드가 미소지었다. 큐는 자신이 마시려고 술을 살 타입은 절대 아니었다. 그리고, 그가 술을 살 때는 단 한가지 이유, 자신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이 위스키는 제게 주는 선물이었다.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가는 본드를 보자 큐도 안심한 듯 미소지었다.


"내일이 화이트데이라길래..."


큐를 끌어안고는 볼에 입맞춘 본드가 술병을 장식장에 넣어놓았다. 화이트 데이라고 제가 태어난 연도에 맞추어 산 위스키라 더 의미가 깊었다. 더군다나 기념일을 챙기지 않는 큐의 선물이라니. 지금 본드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였다.


"고마워, 큐."


큐를 끌어안고 귓가에 속삭인 본드가 그의 귀에 입을 맞췄다. 자정이 넘어가고 있었고, 비로소 '진짜' 화이트데이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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