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Q 전력-코드네임

00Q/00Q전력 2016. 1. 31. 23:04

*짧고 재미없습니다. 조각글 수준이에요.
*Q가 되기까지의 스토리를 상상해보았습니다.







"제임스, 우리 처음 본 날, 기억 나요?"


"내가 복귀하고 나서 처음이었지. 내셔널 갤러리에서 말이야."


"그건 당신 생각이고요."


싱긋 웃은 큐가 생각에 잠겼다. 내셔널 갤러리는 그와 본드의 두 번째 만남이었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아마도, 지금으로부터 약 13년 전인, 그러니까 본드가 막 007이라는 코드네임을 받았을 때였다. 그 때의 그는 조금 더 젊었고, 패기가 넘쳤다. 그를 처음 봤을 때를 잊을 수 없었다. Q가 되기로 결심한 것도, 모두 본드 때문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우리가 언제 처음 만났냐면요,"



-



"하아, 하,"


주위는 온통 어둠이었다. 너무 놀라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왜 하필, 그것도 제가 있던 곳에서 폭탄테러가 일어났을까. 퀜틴 데일은 간신히 빛이 들어오는 곳-아마도 출입문이었던-으로 향했으나, 연약한 유리는 제 앞에서 부서져내렸다. 몸을 잔뜩 웅크린 덕에 다치진 않았으나 서 있을 공간이 부족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그가 야드로 전화를 걸었다.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위치를 설명했다. 주변엔 건물 잔해에 깔려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사람들이 많았다. 죽음을 처음 본 것은 아니었으나 끔찍한 것은 여전했다. 퀜틴은 눈을 질끈 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밝은 빛에 눈이 부셔 적응을 할 수 없었다. 저를 막고 있던 건물 잔해들이 치워졌으며, 폭탄 테러범으로 보이는 사람이 야드로 연행되고 있었다. 제 앞의 건물 잔해를 밟고 서있던 사람이 돌아섰다. 눈부신 금발에, 젠틀한 미소였다. 하지만 어딘가 거칠어보이는 사람이었다. 퀜틴은 그 미소를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었다.


병원에서 눈을 뜨니 마지막으로 본 사람은 온데간데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이 사라졌다. 컴퓨터-주로 해킹-에 익숙했고, 어릴 때부터 천재로 불렸던, 옥스포드 대학을 조기 졸업한 스무 살의 퀜틴 데일은 그를 찾기로 결심했다. 제 자존심을 걸고, 꼭 찾아내고 싶었다. 그리고 감사하다는 한 마디를 꼭 전해주고 싶었다.


퇴원 후 제 플랫에 있던 랩탑으로 스코틀랜드 야드 서버에 접속했다. 야드의 모든 경찰들을 조사했으나 제가 봤던 사람은 없었다. 야드의 사람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디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일까. 이름도 모르는 사람을 찾는다는건 그 퀜틴 데일에게도 꽤나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모든 국가 기관을 뒤졌고-물론 MI6 같은 곳은 접근하지 못했다-꽤나 시간이 흘렀다. 벌써 제가 폭탄 테러를 겪은 지 일주일이 흘렀다. 해군 소속 제임스 본드 중령. 그것이 그 사람의 이름이었다.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해군이 왜, 어째서 폭탄 테러-그것도 런던 은행-의 현장에 있던 것일까. 해군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상황이었는데.

퀜틴의 머리 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제가 현재 그를 찾을 수 없다면, 모든 정보가 모여있는 곳에서 그를 찾으면 될 것 같았다. 영국의 모든 비밀스러운 정보가 모이는 곳, 그리고 영국에서 가장 위험한 곳. 바로MI6였다. 스무 살의 퀜틴 데일은, 그렇게 MI6에 처음 발을 디뎠다.


그리고 10년이 흐른 뒤, Q라는 코드네임을 받고 나서야 퀜틴 데일은 제임스 본드를 만날 수 있었다.



-



"그런데 당신은 기억을 못 하더라구요."


큐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본드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좀처럼 감정 표현이 솔직하지 못한 본드였는데, 꽤나 놀랐나보다. 큐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내 코드네임이 당신을 찾게 도와준거죠."


"만약 내가 MI6에도 없었으면 어쩌려고 했어?"


"어쩌긴요. 영국 전체를 다 뒤져서라도 찾아냈겠죠. MI6의 쿼터마스터가 당신 하나 못 찾아낼까봐요?"


Q라는 코드네임이 없었다면 아마 그는 제임스 본드를 찾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처음 쿼터마스터가 되고 나서 그를 만났을 때, 그는 큐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 놀려주고 싶었다. 우스꽝스러운-본드의 표현을 빌리자면-수트에 야상자켓, 그리고 그에 어울리지 않는 클래식한 발터와 라디오 수신기. 아마도 꽤 이상한 사람으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조금이라도 그에게 기억되고 싶은 욕심에 그랬던 것이었다. 큐는 속으로 그 말을 삼켰다. 입 밖으로 낸다면 아마도 세 달짜리 놀림감이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날 좋아한 건 언제부터였는데?"


"뭘 그런걸 물어요, 새삼스럽게."


당연히, 처음 본 그 순간부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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