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AU-고백下

00Q/조각글 2016. 4. 10. 01:42

* 재미없습니다

* 캐붕주의

* 짧음주의

* 볼드모트 X

 

 

 

 

 

 

 

 

 

 

 

 

 

 

 

고백

 

 

W.은설

 

 

제임스 본드의 손을 쳐내고 도망치듯 기숙사로 온 날 이후로도, 큐는 계속 본드에게 시달렸다. 수업 시간이 거의 겹치지 않는 래번클로였지만-그리핀도르는 주로 그들의 앙숙 기숙사인 슬리데린과 수업시간이 많이 겹친다-어디선가 불쑥 나타나 "예쁜아!" 하고 사라지는 제임스 본드는 정말이지 적응이 되지 않았다. 남자인 자신에게 예쁜이라니, 너무한 호칭 아닌가.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 정말인 것 같았다. 방금 전에도, 마법약 수업 시간이 끝나자마자 문을 열고는 예쁜아! 라고 외치며 달려오는 것을 같은 기숙사 반장인 초 챙이 막아주었다. 물론 큐가 인상을 찡그리자 그것마저 예쁘다며 호들갑을 떠는 본드였지만.

 

 한숨을 쉬며 스네이프의 지하감옥을 나선 큐가 제 손목을 잡아오는 제임스 본드의 손목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손을 뿌리치고 싶었지만 워낙에 꽉 잡아오는 바람에, 전처럼 무언 마법으로 쳐내려 했지만, 그것마저 정신을 산만히 만드는 본드 때문에 실패했다.

 

 

"안돼, 안돼! 퀜틴 데일, 얘기좀 하자."

 

 

"난 너랑 할 얘기 없는데."

 

 

"예쁜아, 잠ㄲ,"

 

 

"제임스 본드, 몇 번이나 말했지만, 난 '예쁜이'가 아냐. 여자는 더더욱 아니고. 방해되니까 길좀 비켜줄래?"

 

 

"알아, 너 남자인거."

 

 

"아, 진짜 짜증나네. 방해된다니까? 비켜!"

 

 

 손으로 단단한 본드의 몸을 밀자 의외로 순순히 물러나 주었다. 돌아서는 어깨가 조금 처진 것 같았지만, 큐는 어깨를 으쓱 하고는 변신술 강의실로 향했다. 조금 심했나, 하는 생각은 강의실에 도착하자마자 사라졌다. 애초에 신경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

 

 

 

 

 

 

 

 

 

 

다음날, 기숙사 침대에서 눈을 뜬 큐는 문득 어제의 일을 생각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조금 심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변신술 강의를 들을 때까지는 별 생각이 없었으나, 저녁 시간에 연회장에서 제게 치근덕대지 않고, 그리핀도르 식탁에 앉아 얌전히 식사를 하던 제임스 본드의 어깨가 여전히 축 처진 것은 큐도 신경쓰였기 때문이었다.

 

 자꾸 생각하기 싫었는데, 제임스 본드가 그렇게 축 처진 모습은 처음 봤기 때문일까, 계속해서 떠올랐다. 사실, 제임스 본드라면 호그와트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플레이보이였다. 이 남자, 저 여자 가리지 않고 만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래서 더욱 거부감이 들었다.

 

 처음 만났을 땐, 미처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보통은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병적으로 싫어하는 큐였고-그렇기 때문에 몸이 닿기만 해도 굉장히 싫어했다-그래서 일부러 큐는 본드를 피해다녔었다. 그런데 하필 퀴디치 경기장에서-바람이 좋아서 종종 그곳에서 책을 읽곤 했다-제 위로 뚝, 떨어져버린 것은 다름아닌 제임스 본드였다. 다친 사람에겐 너그러운 편인데다가, 또 그것이 제임스 본드라는 것을 알기에는 짧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가장 처음 건넨 말은 괜찮아? 였다. 곧이어 예쁘다는 말을 남기고는 기절했기 때문에 대답을 미처 듣진 못했지만.

 

 침대에서 한참을 뒹굴거리던 큐가-오늘은 토요일이었다-연회장으로 향했다. 저를 발견하자마자 강아지처럼 뛰어오는 제임스 본드와눈이 마주쳤다. 그러면 그렇지. 큐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식탁에 앉아 제 몫의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이젠 옆에서 끈덕지게 달라붙는 시선에도 아무렇지 않게 아침을 먹을 수 있을만큼 익숙해졌다.

 

 

"예쁜이는 아침에도 예쁘네."

 

 

"....... 그놈의 예쁜이 소리는 그만 좀 할 수 없어?"

 

 

"예쁜 걸 예쁘다고 하는 게 잘못이야?"

 

 

 젠장할, 한 마디도 안 지네.

 

 

 마법으로 본드를 저만치 날려버릴까, 하고도 잠시 생각했지만 그렇게 된다면 애써 제가 올린 기숙사 점수가 대폭 깎아질 것이 분명했기에 그만두었다. 정말이지 제임스 본드는 저를 귀찮게 하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처럼 자신을 졸졸 쫓아다녔다. 아침을 다 먹고나서, 제 팔보다 더 두꺼운 책을 들고는-제목은 호그와트의 역사였다-호수가로 향한 큐가 제 뒤를 여전히 따라오던 본드를 향해 휙, 하고 돌아섰다. 큐의 표정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제임스 본드, 너 게이야?"

 

 

"글쎄,.... 굳이 따지면 아니었는데. 그냥 네가 좋아, 퀜틴."

 

 

 예쁜아- 라는 호칭으로 장난스럽게 보였던 그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이렇게 진지한 얼굴로 좋다고 하면 어떻게 반응해야 맞는걸까. 큐는 제 얼굴이 화르륵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15년을 살아오면서, 물론 고백을 주로 받는 쪽이었지만, 이런 식의 솔직한 고백은 처음이었다. 대부분 여자 아이들이 수줍게 편지를 직접 전해주거나, 그것도 아니면 부엉이로 편지를 전하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남자에게 고백 받은 것이 처음이어서 더욱 당황스러웠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임스 본드는 여유가 가득한 표정이었다. 곧이어 피식, 하고 바람빠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고, 큰 손이 제 곱슬거리는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본드가 시선을 내려 저와 눈을 맞췄다.

 

 

"그럼 나 퀴디치 연습 간다. 안녕, 퀜틴."

 

 

"ㅇ,...."

 

 

 큐는 저 멀리 사라지는 본드를 바라보았다. 당황스러웠다. 솔직히, 본드의 그 말 보다도 더 당황스러운 것은 그런 본드가 싫지 않다는 것이었다. 세상에, 미친 거지, 미친거야, 퀜틴 데일.

 

 중간에 뒤돌아서 손을 흔드는 본드에게 저도 모르게 손을 흔들어 준 것을 깨닫게 된 것은, 벤치에 앉아 책을 펼쳤을 때였다. 책의 내용이 머리 속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책장을 넘기는 큐의 귓볼이 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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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AU-고백上

00Q/조각글 2016. 4. 9. 01:39

* 재미없습니다

* 캐붕 주의

* 해리포터 시리즈 등장인물도 등장합니다(현세대)

* 볼드모트 x

 

 

 

 

 

 

 

 

 

 

 

 

 

고백

 

 

W. 은설

 

 

 

 그리핀도르 최고의 악동이자 퀴디치 팀의 주장인 제임스 본드는 역시나 오늘도 그의 영혼의 친구인 조지 위즐리, 프레드 위즐리와 함께 연회장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위즐리 쌍둥이의 장난으로 연회장의 음식은 모두 꽃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맥고나걸 교수는 제 기숙사의 점수를 각각 20점씩 깎아내렸고-헤르미온느가 올려 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그덕에, 맥고나걸 교수의 이마에는 주름살이 하나 둘씩 늘어가고 있었다.

 

 그들에게 퀴디치는 최고의 일탈이었다. 호그와트의 유일한 스포츠-마법사 결투는 극히 제한되었으니-였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제임스 본드는 가장 퀴디치를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졸업 후 프로 퀴디치 팀 입단을 목표로 둔 자신과는 달리, 프레드와 조지는 이미 해리 포터의 투자금을 발판 삼아 자신들만의 장난감 가게 개업을 앞두고 있었다. 제임스는 그들이 자신과 함께 프로 퀴디치 팀에 입단할 것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약간 서운했지만, 그것을 티내진 않았다. 하지만 눈치 빠른 위즐리 쌍둥이는, 그것을 눈치 챘는지 제임스 본드에게 '위즐리 장난감 가게 1년 무상 이용권'을 줬는데, 수업에 빠지고 싶을 땐 언제든지 '위즐리의 응급 꾀병 키트'를 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이었다. 그 다운 발상에 제임스는 고맙다며 웃어주었다.

 

 연회장에서 저녁을 먹은 후, 본드는 그리핀도르 퀴디치 팀을 이끌고 퀴디치 경기장으로 향했다. 그리핀도르의 상징인 붉은 색의 경기복을 입은 제임스 본드는 평소의 장난기 많은 얼굴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굳어있었다. 물론, 위즐리 쌍둥이들은 늘 그렇듯이 서로 장난을 치기에 바빴다. 그 뒤의 해리 포터 또한 긴장으로 잔뜩 굳어 있었다.

 

 

 

 

 

 

"프레드, 조지."

 

 

"알았어, 제임스."

 

 

 안젤리나 존슨이 퀴디치 공들이 들어있는 상자를 열고는 블러저와 스니치의 구속을 풀었고, 퀘이플을 높이 던짐과 동시에 연습이 시작되었다. 위즐리 쌍둥이는 퀘이플을 가진 그리핀도르의 선수들을 공격하는 블러저를 쉴 새 없이 쳐대었고, 제임스는 골대 앞을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원래라면 상대 선수들의 공을 막아낼 제임스였지만 연습이니만큼 제게 날아오는 모든 공을 다 막아내야 했다. 해리 포터는 가장 높은 곳에 올라 도망친 스니치를 찾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갑자기 블러저가 방향을 바꿔 관중석 쪽에 있던 해리 포터를 향해 날아갔다. 해리는 스니치를 쫓느라 전혀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이대로라면 사고가 날 것이 분명했다. 제임스 본드는 속력을 내어 관중석으로 돌진했다. 위즐리 쌍둥이가 제임스! 라며 소리쳤지만 이미 너무 늦어있었다. 제임스의 어깨를 친 블러저가 그와 함께 힘없이 관중석으로 뚝 떨어졌다. 빗자루와 관중석의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괜찮아?"



"윽...."



 래번클로에, 한 번도 줄이지 않은 교복에, 반장이라.


 가장 중요한 건, 그 소년이 누구든간에 안경 뒤의 얼굴이 매우 아름답다는 사실이었다. 아마 반장이면 5학년-자신보다 한 살 어린 셈이다-일 것이 분명했다. 사실, 소년인지 소녀인지 분간하기 굉장히 어려운 얼굴이었다. 제임스 본드는, 소문난 그리핀도르의 플레이 보이답게 한 마디를 남기고는 기절했다.



"....예쁘네."



 영문을 모르는 큐는 그저 축 늘어진 그 유명한 '제임스 본드'를 내려다본 수밖에 없었다. 예쁘다고? 누가?

 

 

 생각의 늪에 빠져있을 때, 저를 밀치고 달려온 위즐리 쌍둥이에 의해 읽고 있던 제 책이 날아갔다. 아, 도서관에서 빌린 책인데. 라고 생각한 큐가 책을 툭툭 털고는 래번클로 기숙사로 향했다.

 

 

 

*

 

 

 

 병동에서 눈을 뜬 제임스는 제 옆에 있는 위즐리 쌍둥이들을 보고는 미소지었다. 간이 침대를 하나씩 차지하고 자고있는 모습이 마치 데칼코마니같이 똑같았다. 가벼운 탈골이었던 것 같은데, 아마도 폼프리 부인이 고쳤는지 몸은 개운했다. 오히려 그 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았다.

 

 

"프레드, 조지!"

 

 

"어어,.... 제임스? 일어났네? 몸은 어때?"

 

 

"괜찮아. 그러니까 나가자."

 

 

"하지만 폼프리부인이 꼼짝말고 있으랬는데."

 

 

 

"언제 우리가 말을 들은 적이 있어야지. 나 배고파. 연회장으로 가자."

 

 

 배가 고픈 것은 사실이었지만, 목적은 따로 있었다. 바로 래번클로 반장을 보기 위해서였다. 남자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예뻤고, 여자라고 하기에는 선이 날카로웠다. 척 보기에 공부밖에 모르는 너드 같았는데, 자신이 정신을 잃는 와중에도 얼굴을 기억할 정도라니 대단한 미모의 소유자임이 분명했다. 그 유명한 플레이보이-남자 여자 가리지 않는-자신이 여태까지 몰랐던 것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잠시만, 나 저쪽에 좀."

 

 

"그래, 다녀와."

 

 

연회장에 도착하자마자 래번클로의 식탁을 찾은 제임스가 두리번거렸다. 식탁에서도 책을 읽고 있어 얼굴을 책에 파묻은 것이, 딱 어제의 그 소년이었다. 제임스는 그의 뒤로 가서 등을 톡톡, 하고 두 번 두드렸다. 온 연회장의 학생들의 시선이 제게 쏠렸다. 유명한 플레이보이 제임스 본드가-본드 가의 수치라고 불리는-래번클로의 가장 반듯하고, 또 앙칼지기로 유명한 퀜틴 데일에게 치근덕 대는 모습은 새로운 볼거리였다.

 

 

"......? 무슨 볼일이라도?"

 

 

"예쁜아."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는 암녹색의 눈동자가 예뻤다. 당황으로 빨갛게 물든 얼굴이 귀여웠다. 채 반도 먹지 못한 음식들을 두고는 도망치듯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도 귀여웠다. 연회장을 나서는 손을 잡아채 이름을 물었다. 사실, 이미 이름은 알고 있었다.

 

 

"예쁜이, 이름이 뭐야?"

 

 

"....퀜틴 데일."

 

 

"아, 네가 그 데일 가의 막내구나. 난 본드야. 제임스 본드."

 

 

"알아. 손목 좀 놔줄래?"

 

 

"싫은데, 예쁜이."

 

 

"......."

 

 

노려보는 눈동자는 마치 구석에 몰린 먹잇감이 부들부들 떠는 것같이 느껴졌다. 이런 게 포식자의 마음일 것일까. 제가 꼬시려고 마음 먹은 대상은 한 번도 놓친 적 없던 제임스는 의기양양하게 큐와 눈을 마주쳤다. 결국 무언 마법으로 본드의 손을 쳐낸 퀜틴이 빠르게 제 시야에서 사라졌다. 제임스는 눈 앞에서 놓친 먹잇감에 아쉬운지 입맛을 쩝, 하고 다시고는 다시 연회장으로 향했다. 다시 만나면, 절대 손목을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꽤 앙칼진 면도 있고."

 

올라간 입꼬리는 좀처럼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슬리데린의 베스퍼 린드가 호그와트 최고의 미녀라고 떠들어대는 위즐리 쌍둥이의 외침은 이미 귀에서 멀어진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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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mas day

00Q/조각글 2016. 1. 10. 17:38

*2015 00Q 크리스마스합작에 냈던 작품입니다. 주최자는 나오미님이셨구요. 트위터에 공큐합작 검색하시면 아마 나올거예요.

 

 

 

*오메가버스 세계관
*본드는 우성알파, 큐는 열성오메가
*아이들의 나이는 4살로 설정하였습니다.



 "수고했어요, 본드."


 "수고했어, 큐."


 긴장이 풀리는지 의자에 털썩 주저앉은 큐가 송신기를 빼내었다. 비교적 가까운 로마에서 수행한 임무라, 바로 비행기를 탄다면 아슬아슬하게 런던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늦지 않게 비행기 타요. 아마 시간 맞춰서 비행기 타면, 오늘 안에 도착할 수 있을 거에요."


 "그러지."


 "난 애들 때문에 먼저 가볼게요, 본드. 집에서 봐요."


 '통신 끊김'이라고 뜬 커다란 화면을 뒤로한 채 큐가 퇴근을 명령했다. 요원 백업중인 분들 말고는 다들 퇴근하세요! 하고 소리친 그가 MI6 내의 데이케어센터-말로리와의 육아 휴직에 대한 싸움 끝에 얻어낸-로 향했다. 늦은 시간이라 데이케어센터에는 제 아이들과 큐브랜치 직원의 자녀 몇 명밖에 없었다. 큐는 제게 뛰어오는 아이들을 힘껏 안아주었다.


 “다니엘, 레아. 잘 있었어? 파파가 많이 늦었지, 미안해.”


 “아냐, 괜찮아. 피터랑 놀고 있었어!”


 “그랬어? 이제 집에 가자. 레아, 파파 손 잡아야지?”


 데이케어센터의 교사인 로렌에게 인사를 한 후 아이들의 손을 잡은 큐가 MI6 뒤의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애석하게도 큐는 면허가 없어서-사실 딸 생각도 없었지만-늘 출퇴근을 튜브로 하곤 했다. 물론 본드가 있을 땐 그의 차로 이동하지만, 이렇게 본드가 임무를 간다면 종종 결혼 전처럼 튜브를 이용하기도 했다. 이미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났기 때문에 큐는 다행히도 앉아서 갈 수 있었다. 출퇴근 시간에 맞춰 튜브를 타면 그건 지옥이나 다름없었고, 더군다나 그런 곳에 아이들을 데리고 탄다면,... 으으,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도착한 집은 역시나 텅텅 비어있었다. 평범해 보이는 집이긴 해도 런던에서 제일가는 세이프 하우스였다. MI6의 최연소 쿼터마스터가 설계한 보안체계에, 집의 모든 유리는 방탄으로 되어있었다.

 제 씨를 지키기 위한 알파의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본드 역시 그런 알파들 중에 한명이었다. 그는 물려받은 재산과 지위가 있는 꽤나 이름 높은 스코틀랜드 귀족가문 출신이었다. 본드 가문은 예전부터 우성 알파로 유명했고, 그 알파들은 모두 제 씨에 대한 집착이 남달랐다. 큐가 임신했을 당시만 해도 얼마나 싸고도는지 애들 때문이 아닌 본드 때문에 피곤할 지경이었다. 열성 오메가인 큐는 임신이 힘들었고, 본드와 함께 지내면서 호르몬이 안정되었기 때문에 겨우겨우 임신을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쌍둥이라니. 큐와 본드는 제 평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런던 시가지에 땅을 사들여 이런 집을 지었고, 큐와 아이들은 그 안에서 무사히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돈이 그렇게 썩어나냐며 큐가 말렸지만 본드는 가볍게 그렇다고 대답했고, 더 이상 큐는 말릴 수 없게 되었다. 휴가도 못 가니 벌어들이는 돈만 족족 쌓이는 꼴이었다. 물론 그건 큐도 마찬가지였지만.
 한참을 그렇게 과거를 회상하던 큐는 그만 소파에서 잠들고 말았다. 아이들이 거실의 커다란 트리 앞에서 무엇을 하는 지도 모른 채 말이다.


 “다니엘, 다 썼어?”


 “아니, 아직. 너는?”


 “나도 아직. 산타한테 뭐 사달라고 할 거야?”


 “나는 장난감 총! 레아 너는?”


 “나는 으음... 곰인형! 곰인형 갖고 싶어!”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에 설핏 잠이 깬 큐가 시계를 확인했다. 11시 45분, 자정이 되기 15분 전이었다. 아직도 도착하지 않은 걸 보니 비행기가 늦거나, 아니면 입국 심사가 오래 걸리거나 둘 중 하나였다. 트리 앞에서 어느새 잠든 아이들의 앞에는 크리스마스 카드가 두 장씩 놓여 있었다. 큐가 한 손으로 집어들고는 숨죽여 웃었다. 귀엽기도 해라.

 현관에서 익숙한 해제음이 들렸다. 소파에 앉아 아이들의 편지를 읽던 큐가 고개를 들었다. 피 냄새가 옅게 풍기는 본드가 다가와 입을 맞췄다. 함께 들어온 냉기에 살짝 몸을 떤 큐를 그가 안아주었다.

 “왔어요, 제임스?”


 “기다리지 말랬잖아.”


 “크리스마스잖아요. 당신 오는 거 보고 자려고..”


 “그랬어? 애들ㅇ...”


 “쉿, 저기서 잠들었어요. 아빠 기다리다가.”


 배시시 웃은 큐가 아이들을 가리켰다. 트리 앞에서 세상모르고 잠든 아이들이 숨을 색색 내쉬고 있었다. 크리스마스라고 곰인형과 장난감 총을 사온 본드가 아이들의 머리맡에 선물을 내려놓고는 두꺼운 담요를 가져와 아이들에게 덮어주었다. 그 유명한 더블오세븐이 곰인형을 들고 입국했다고 생각하니 그만 풋, 하고 터져버렸다. 피 냄새가 나는 수트에, 귀여운 곰인형이라. 누가 생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오 년 전만 해도, 그러니까 스카이폴 사건 때만 해도 전혀 생각할 수 없을 다정한 모습이었다. 더블오세븐과 그의 아이라니.


 “얼른 씻어요. 피 묻은 건 내일 맡기고요. 아, 내일은 쉬겠네, 참.”


 본드의 자켓을 받아든 큐가 한숨을 쉬었다. 핏자국은 빨리 없애야 하는데. 하고 시무룩해진 큐의 볼에 살짝 입을 맞춘 본드가 욕실로 향했다. 어느 정도 지난 후, 큐가 랩탑을 닫음과 동시에 본드의 물소리도 멎었다. 탄탄한 몸이 제 앞으로 다가왔다.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아주 잘 알고 있었지만 큐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안 돼요. 애들 거실에 있잖아요.”


 피식 웃은 본드가 아직 물기가 남은 몸을 숙여 얼굴을 포갰다. 위에서 내리 누르듯 키스한 탓에 점점 몸이 뒤로 밀려났다. 침대 헤드에 기대어 영락없이 키스를 받고 있어 숨이 모자랐던 큐가 단단한 그의 어깨를 밀어냈다. 어느새 파자마 단추 위에서 꼼지락대던 손가락도 저절로 멀어졌다.


 “오늘은 이 이상 안 된다고 했잖아요. 애들 거실에 있는데 깨면 어쩌려고.”


 “스릴 있고 좋지 않겠어?”


 “나 오늘도 야근한 거 알잖아요. 그게 다 누구 때문인데.”


 눈을 흘기며 돌아누운 큐의 뺨에 입을 맞춘 본드가 그를 끌어안았다. 제법 따끈한 체온에, 제 본딩 오메가 특유의 향이 느껴지자 이제야 집에 돌아왔다는 것이 느껴졌다. 향이 피어오르는 뒷목에 쪽쪽대며 입을 맞추자 얼른 자라는 큐의 핀잔이 돌아왔다. 본드는 웃으며 눈을 감았다.


-


 “발터는 챙겼어요?”


 어김없이 묻는 말에 본드는 고개를 저었다. 뭘 물어. 라고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음식을 하는 것은 늘 본드의 몫이었고, 큐는 늘 그렇듯이 식탁에 앉아 얼그레이를 내리고 있었다. 머그잔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보지 않아도 느껴지는 것 같아 그가 피식 웃었다. 소시지와 스크램블 에그를 접시에 담아 식탁 앞으로 가니 큐가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눈을 세모꼴로 떠도 귀여운 건 귀여운 거라, 본드는 식탁을 사이에 두고 큐에게 입을 맞췄다. 물론, 바로 얼굴을 밀어내는 큐였지만.


 “으읍, 이걸로 넘어갈 생각 말아요! 내가 이번엔 진짜 신경 써서 만든 거라구요! 예산 따느라 죽을 뻔 했는데 그걸 두고 와요, 제임스 본드?!”


 “미안, 이번엔 정말로 잃어버렸어.”


 “내가 그 말을 참 잘도 믿겠네요.”


 “우웅....파파, 대디....”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난 레아가 식탁에 다가와 큐를 끌어안았다. 아직 잠이 온전히 깨지 않아 잠투정을 부리는 레아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준 큐가 다시 제 앞의 본드를 노려보았다. 본드는 말없이 웃으며 큐에게 스크램블 에그와 소시지를 먹여주었다. 뒤이어 깨어난 다니엘이 본드에게 와서 칭얼거렸다.


 “다니엘, 잘 잤어? 손에 그건 뭐야?”


 “우웅, 대디 줄 카드..”


 삐뚤삐둘한 글씨로 써내려간 크리스마스 카드에는 ‘보고 싶어, 대디. 메리크리스마스.’ 라고 적혀있었다. 본드는 그런 다니엘이 기특한지 여러 번이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저를 쏙 빼닮은 외모와 머리칼-큐를 닮은 부분은 암녹색 눈동자뿐인-을 가진 다니엘은 유독 본드를 잘 따랐다. 본드는 잠이 덜 깨 꾸벅꾸벅 조는 다니엘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다니엘, 레아. 저기 산타할아버지가 두고 간 선물 봤어?”


 잠이 덜 깬 상태에서도 와아-하며 달려가는 쌍둥이들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편지를 보고 사오지도 않았는데 정확히 그들이 갖고 싶던 것을 살 수 있었던 건, 당연하게도 크리스마스 일주일 전부터 장난감 총과 곰인형 노래를 부르던 두 아이 덕분이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 큐가 콧노래를 부르며 제 앞에 놓인 접시를 말끔히 비워냈다.


 “크리스마슨데, 뭐 하고 싶은 거 없어?”


 “아무래도 크리스마스니까.. 좀 특별한 저녁을 보내고 싶은데요. 애들 좋아하는 디즈니 숍에 갔다가, 근사한 저녁도 먹고 싶고요.”


 “이런 거 말하는 거야, 퀜틴?”


 본드가 미리 준비한 크루즈 레스토랑 티켓을 내밀었다. 임무에 가기 전, 우연히 태너가 말하는 것을 듣고 사둔 티켓이었다. 큐는 사람이 많은 곳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지라 혹시나 하고 사본 것이었는데 뜻밖의 수확이었다.


 “세상에, 언제 준비한 거에요?”


 “그냥, 혹시나 해서 사봤어.”


 “내가 사랑한다고 얘기 했어요?”


 “네가 사람 많은 크루즈를 좋아할 줄은 몰랐는데.”


 “매일 MI6에 갇혀있는데, 어디가 싫을까.”


 본드의 목을 끌어안은 큐가 가볍게 입을 맞췄다. 눈을 내리 깔고는 서툴게 핥아오는 혀에 본드가 웃으며 다시 그의 입술을 삼켰다. 그의 무릎 위에 앉아있던 큐의 등이 움찔, 하는 것이 느껴졌다. 느릿하게 큐의 입술을 핥은 본드가 아쉽다는 듯이 입술을 떼었다. 쪽, 하고 가벼운 입맞춤이 몇 번 더 반복되었고, 아이들은 각자 가진 장난감을 갖고 노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다니엘, 레아. 아침 먹어야지?”


 “우웅, 파파. 조금만 더 갖고 놀고 싶은데-”


 “안 돼.”


 단호하게 고개를 저은 큐가 아이들의 손에서 각각 장난감 총과 곰인형을 압수했다. 아이들은 히잉, 하고 본드를 올려다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안 돼. 다니엘, 레아. 대신 아침 먹으면, 대디가 선물 사줄게.”


 “하지만 산타 할아버지가 이미 주셨는데?”


 “저건 산타 할아버지가 주신 거고, 이번엔 아빠가 주는 선물. 어때? 아침 먹을 거지?”


 고개를 끄덕인 아이들이 순식간에 시리얼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사실, 큐가 깜빡하고 장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소시지와 계란이 딱 두 명 분밖에 남아있지 않았었다. 장을 볼 시간이 없기도 없었거니와, 큐 혼자서 아이 둘을 본다는 것은 무리였다. 게다가 큐는 차도 없고, 면허도 없으니 장을 보면 가져오는 것 또한 문제였고 말이다.


 “아이들은 내가 마저 먹일 테니까, 씻고 옷 갈아입어.”


 “알았어요. 그럼 좀 부탁할게요.”


-
 “파파! 우리 어디 가요?”


 “너희들 장난감 사러. 뭐 갖고 싶어, 다니엘?”


 “나? 으음... 음.. 투스리스 피규어!”


 “레아는?”


 “레아는 엘사 드레스! 엘사 드레스 갖고 싶어, 파파!”


 “알았어. 그거 사고, 오늘 저녁은 맛있는 거 먹자?”


 “차 시동 걸어 놓을게. 문 단속 하고 나와.”


 “응, 히터 틀어놔요.”


 창문을 걸고, 집안의 모든 보안 체계를 조정한 다음에야 문을 나선 큐는 그새 따뜻하게 데워진 차 안의 공기에 만족스러운 듯이 입꼬리를 올렸다. 부드럽게 핸들을 꺾은 본드가 익숙한 듯 디즈니 숍으로 향했다. 역시나 디즈니 숍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고, 아이들은 단단한 본드의 팔에 안겨 있었다. 엘사 드레스와 투스리스 피규어를 간신히 계산하고 나오자 진이 다 빠질 지경이었다. 아마 큐까지 매장 안에 들어갔다면, 분명히 그는 사람들에 휩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것이 뻔했다.

 “다 샀어요? 꽤 오래 걸렸네요.”


 “응, 보다시피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으으, 하면서 고개를 저은 큐가 아이들을 돌아보았다. 투스리스 피규어라더니, 제 얼굴 만한 크기의 피규어를 끌어안은 다니엘과, 아까워서 포장도 뜯지 못한 엘사 드레스를 꼭 껴안은 레아는 마치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표정이었다.


 “얼른 가요, 우리 늦겠다.”


 고개를 끄덕인 본드가 속력을 올렸다. 런던에서 꽤나 떨어진 브라이튼에서 출발하는 크루즈였기 때문이다. 바다 위에서의 로맨틱한 식사라. 물론 수트를 입은 제임스 본드와는 꽤나 잘 어울렸지만, 역시나 임무 이외에 그런 곳에서 저녁 식사를 한다는 것은 그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일이었다. 더군다나 그런 곳에서는 주로 ‘여자’를 만나고는 했었으니 말이다.

 차 안의 공기가 덥다 못해 답답해져서 본드는 제 쪽의 창문을 열었다. 아이들은 따뜻한 공기와 선물의 만족감으로 인해 이미 잠들어 있었다. 큐도 또한 따뜻한 공기에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아직 도착하려면 삼십 분 정도 남아있었다. 고요하고도 편안한 적막이었다.


 “퀜틴, 다니엘, 레아.”


 “으응... 다 왔어요?”


 “응. 다 왔어.”


 칭얼거리는 아이들을 두 팔로 안아올리자 금세 울음을 뚝 그쳤다. 아직 잠이 덜 깬 아이들을 안고는 크루즈 안으로 향했다. 코트를 벗어 직원에게 건네고는 통유리창 바로 옆의 테이블에 앉은 큐가 탄성을 내질렀다. 해가 어둑어둑하게 지는 수평선, 반짝이는 건물들 모두 큐로서는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었으니까.


 “마음에 들어, 퀜틴?”


 “최고에요. 여태까지 받아 본 선물 중에요. 정말로요.”


 “예약하길 잘했군.”


 턱을 괴고 한참을 밖을 바라보던 큐가 펑, 하는 큰 소리에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어두워진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가 한창이었다. 수면에 비친 불꽃과, 그 위를 수놓은 아름다운 별들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오랜만에 보는 불꽃놀이라 그런지 감회가 새로웠다. 어느새 잠이 깬 아이들도 창문에 달라붙어 와아- 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제임스, 고마워요.”


 “뭐가.”


 “그냥, 다요.”


피식 웃은 본드가 큐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어느새 어둠이 짙게 깔린 밤바다와, 화려한 도시의 빌딩들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도, 큐에게도 최고의 크리스마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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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Q 떡썰

00Q/조각글 2015. 12. 25.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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