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AU-고백下

00Q/조각글 2016. 4. 10. 01:42

* 재미없습니다

* 캐붕주의

* 짧음주의

* 볼드모트 X

 

 

 

 

 

 

 

 

 

 

 

 

 

 

 

고백

 

 

W.은설

 

 

제임스 본드의 손을 쳐내고 도망치듯 기숙사로 온 날 이후로도, 큐는 계속 본드에게 시달렸다. 수업 시간이 거의 겹치지 않는 래번클로였지만-그리핀도르는 주로 그들의 앙숙 기숙사인 슬리데린과 수업시간이 많이 겹친다-어디선가 불쑥 나타나 "예쁜아!" 하고 사라지는 제임스 본드는 정말이지 적응이 되지 않았다. 남자인 자신에게 예쁜이라니, 너무한 호칭 아닌가.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 정말인 것 같았다. 방금 전에도, 마법약 수업 시간이 끝나자마자 문을 열고는 예쁜아! 라고 외치며 달려오는 것을 같은 기숙사 반장인 초 챙이 막아주었다. 물론 큐가 인상을 찡그리자 그것마저 예쁘다며 호들갑을 떠는 본드였지만.

 

 한숨을 쉬며 스네이프의 지하감옥을 나선 큐가 제 손목을 잡아오는 제임스 본드의 손목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손을 뿌리치고 싶었지만 워낙에 꽉 잡아오는 바람에, 전처럼 무언 마법으로 쳐내려 했지만, 그것마저 정신을 산만히 만드는 본드 때문에 실패했다.

 

 

"안돼, 안돼! 퀜틴 데일, 얘기좀 하자."

 

 

"난 너랑 할 얘기 없는데."

 

 

"예쁜아, 잠ㄲ,"

 

 

"제임스 본드, 몇 번이나 말했지만, 난 '예쁜이'가 아냐. 여자는 더더욱 아니고. 방해되니까 길좀 비켜줄래?"

 

 

"알아, 너 남자인거."

 

 

"아, 진짜 짜증나네. 방해된다니까? 비켜!"

 

 

 손으로 단단한 본드의 몸을 밀자 의외로 순순히 물러나 주었다. 돌아서는 어깨가 조금 처진 것 같았지만, 큐는 어깨를 으쓱 하고는 변신술 강의실로 향했다. 조금 심했나, 하는 생각은 강의실에 도착하자마자 사라졌다. 애초에 신경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

 

 

 

 

 

 

 

 

 

 

다음날, 기숙사 침대에서 눈을 뜬 큐는 문득 어제의 일을 생각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조금 심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변신술 강의를 들을 때까지는 별 생각이 없었으나, 저녁 시간에 연회장에서 제게 치근덕대지 않고, 그리핀도르 식탁에 앉아 얌전히 식사를 하던 제임스 본드의 어깨가 여전히 축 처진 것은 큐도 신경쓰였기 때문이었다.

 

 자꾸 생각하기 싫었는데, 제임스 본드가 그렇게 축 처진 모습은 처음 봤기 때문일까, 계속해서 떠올랐다. 사실, 제임스 본드라면 호그와트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플레이보이였다. 이 남자, 저 여자 가리지 않고 만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래서 더욱 거부감이 들었다.

 

 처음 만났을 땐, 미처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보통은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병적으로 싫어하는 큐였고-그렇기 때문에 몸이 닿기만 해도 굉장히 싫어했다-그래서 일부러 큐는 본드를 피해다녔었다. 그런데 하필 퀴디치 경기장에서-바람이 좋아서 종종 그곳에서 책을 읽곤 했다-제 위로 뚝, 떨어져버린 것은 다름아닌 제임스 본드였다. 다친 사람에겐 너그러운 편인데다가, 또 그것이 제임스 본드라는 것을 알기에는 짧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가장 처음 건넨 말은 괜찮아? 였다. 곧이어 예쁘다는 말을 남기고는 기절했기 때문에 대답을 미처 듣진 못했지만.

 

 침대에서 한참을 뒹굴거리던 큐가-오늘은 토요일이었다-연회장으로 향했다. 저를 발견하자마자 강아지처럼 뛰어오는 제임스 본드와눈이 마주쳤다. 그러면 그렇지. 큐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식탁에 앉아 제 몫의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이젠 옆에서 끈덕지게 달라붙는 시선에도 아무렇지 않게 아침을 먹을 수 있을만큼 익숙해졌다.

 

 

"예쁜이는 아침에도 예쁘네."

 

 

"....... 그놈의 예쁜이 소리는 그만 좀 할 수 없어?"

 

 

"예쁜 걸 예쁘다고 하는 게 잘못이야?"

 

 

 젠장할, 한 마디도 안 지네.

 

 

 마법으로 본드를 저만치 날려버릴까, 하고도 잠시 생각했지만 그렇게 된다면 애써 제가 올린 기숙사 점수가 대폭 깎아질 것이 분명했기에 그만두었다. 정말이지 제임스 본드는 저를 귀찮게 하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처럼 자신을 졸졸 쫓아다녔다. 아침을 다 먹고나서, 제 팔보다 더 두꺼운 책을 들고는-제목은 호그와트의 역사였다-호수가로 향한 큐가 제 뒤를 여전히 따라오던 본드를 향해 휙, 하고 돌아섰다. 큐의 표정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제임스 본드, 너 게이야?"

 

 

"글쎄,.... 굳이 따지면 아니었는데. 그냥 네가 좋아, 퀜틴."

 

 

 예쁜아- 라는 호칭으로 장난스럽게 보였던 그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이렇게 진지한 얼굴로 좋다고 하면 어떻게 반응해야 맞는걸까. 큐는 제 얼굴이 화르륵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15년을 살아오면서, 물론 고백을 주로 받는 쪽이었지만, 이런 식의 솔직한 고백은 처음이었다. 대부분 여자 아이들이 수줍게 편지를 직접 전해주거나, 그것도 아니면 부엉이로 편지를 전하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남자에게 고백 받은 것이 처음이어서 더욱 당황스러웠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임스 본드는 여유가 가득한 표정이었다. 곧이어 피식, 하고 바람빠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고, 큰 손이 제 곱슬거리는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본드가 시선을 내려 저와 눈을 맞췄다.

 

 

"그럼 나 퀴디치 연습 간다. 안녕, 퀜틴."

 

 

"ㅇ,...."

 

 

 큐는 저 멀리 사라지는 본드를 바라보았다. 당황스러웠다. 솔직히, 본드의 그 말 보다도 더 당황스러운 것은 그런 본드가 싫지 않다는 것이었다. 세상에, 미친 거지, 미친거야, 퀜틴 데일.

 

 중간에 뒤돌아서 손을 흔드는 본드에게 저도 모르게 손을 흔들어 준 것을 깨닫게 된 것은, 벤치에 앉아 책을 펼쳤을 때였다. 책의 내용이 머리 속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책장을 넘기는 큐의 귓볼이 붉었다.

 

 

 

 

'00Q > 조각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리포터AU-고백上  (0) 2016.04.09
Christmas day  (0) 2016.01.10
00Q- 음대생 Q와 본드  (0) 2016.01.06
00Q 떡썰  (0) 2015.12.25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