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에그시로트]무제

KINGSMAN/조각글 2016. 1. 6. 22:03

 

 

 

* 메메님의 리퀘로 썼던 아주 옛날의 연성입니다.

*찰그시의 사립학교 게이물이 보고싶었을 뿐이고요.

*오타 및 노잼주의

 

 

 

 

 


"어,... 엄마?"

 



정말 뜻밖에도, 예상치 못하게 날아온 입학 통지서는 에그시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명문 사립학교의 이름이 써진 입학통지서에는 분명히 자신의 이름이 써져 있었고-후에 그것은 해리하트의 배려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입학은 9월 1일이었다. 미셸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아했다. 제 아들이 드디어 보다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차올랐던 것이다. 딱 하나 불안했던 것은, 학교가 기숙학교여서 에그시와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것.

에그시가 명문 사립학교에 입학한다는 것은 어느새 딘의 귀에, 또 로트와일러의 귀에 들어가게 되었다. 로트와일러는 저와 한 동네에서 붙어먹던 '사회배려자'에 속하는 에그시가 명문 사립학교에 입학한다는 것을 알고 분노했다. 그도 그럴 것이, 로트와일러는 에그시의 첫 남자친구였다. 정작 에그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밑바닥인 저와는 달리 혼자 그 밑바닥을 벗어나는 에그시가 탐탁지않았다. 분명히 그 곳에 가서 대단한 집 자제들을 많이 볼 것이고, 그렇다면 에그시는 자신을 완벽히 잊을 것이었다. 로트와일러는 그게 너무나 두려웠다.


-


"너 여기서 뭐하냐? 또 나 씹고있었냐?"


shit. 에그시가 작게 중얼거렸다. 자신의 후원자인 해리 하트를 만나는 날에는 그래도 잠잠했는데. 아마 제 차를 망가뜨려서 그런 것 같았다. 그러게 누가 건드리랬나.
에그시는 딘과, 로트와일러- 그러니까 뒷골목에서 자라왔던 제 불우한 생애를 별로 좋지 않게 생각했다. 특히, 후원자인 해리 하트를 만나게 되면서 그 생활에 물들어 나쁜 짓을 했던 자신까지도 부끄럽게 여겼다. 이제야 겨우 제대로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기뻤는데, 하필이면 해리와 만나는 도중에 로트와일러가 나타나다니. 에그시의 기분은 지금 최저점을 찍고 있었다. 에그시는 해리에게 어서 일어나라고 재촉했지만, 해리는 고개를 저었다.


"가요."



"Nonsense. 맥주가 남았잖니."



젠장맞을 로트와일러. 에그시는 로트와일러를 한 번 올려다보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필이면 해리가 있을 때 이런 모습을 보이다니, 정말 최악이었다. 해리가 자신에게 실망할 것을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얘 차를 훔쳤다고 딘이 손봐주랬거든. 이건 너희 엄마도 못 막아줘."


"이봐, 젊은이들."



에그시의 침묵을 깬 건 다름아닌 제 후원자 해리였다. 로트와일러와 그의 패거리들의 눈이 해리에게로 쏠렸다.



"내가 기분이 별로라서 말이야, 에그시가 맞을 짓을 한 건 틀림없겠지만 조용히 가주면 아주 고맙겠네. 난 이 멋진 기네스를 마저 마셔야 하니까."



"...이봐, 노친네. 죽기 싫으면 빠지시지?"


"해리, 농담 아니에요. 어서 가세요."


"....좀 비켜주게."


걱정스러운 에그시의 눈빛에 하는 수 없이 일어선 해리가 제 우산을 들고는 출입문으로 향했다. 뒤에서 철없는 패거리들의 야유가 들렸다. 그 말이 들리지 않았다면, 정말로 기네스를 아까워 할 뻔 했다.


"어린 애인을 찾으려면 스미스 가로 가보라구."


에그시와 제 사이를 그런 관계로 본 것인지, 샌님같은 제 외모를 보고 그런 말을 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 말은 안 그래도 좋지 않았던 해리 하트의 기분을 더 망쳐놓기에 충분했다.


"Manners, Maketh, Man."


"..이게 무슨 뜻인지 아나?"


로트와일러와 그의 패거리, 그리고 에그시까지도 해리의 싸한 변화에 입을 다물었다. 차가운 눈빛과, 경직된 목소리. 자신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목소리였다.


"그럼, 내가 가르쳐주지."


그 말을 마지막으로, 해리가 날린 컵에 로트와일러가 맞아 넘어가고는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었다. 로트와일러의 패거리들을 한번에 제압하는 해리는 제가 알던 해리가 아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건지 알 수 없었다.


"에그시, 정말 미안하구나. 네게 이런 모습을 보이면 안되는 거였는데."


"아니에요, 해리. 오히려 잘됐는걸요."


흐음. 하고 고개를 끄덕인 해리가 제 기네스를 마저 들이켰다. 마냥 공부만 하던 조용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나보다.


"어.. 해리, 아깐 정말로 고마웠어요. 그리고.. 학교도, 어, 감사드려요."


"무슨 소리니, 에그시. 고마워 할 필요 없단다. 당연히 내가 해줘야 하는 일인걸."


".. 엄마도 정말 고마워하고 계세요. 그럼 다음에 또 봐요, 해리."


"그러자꾸나. 조심히 들어가렴, 에그시."



-


"에그시 너 이새끼....!"



아, 씨발. 어쩐지 요새 좀 잠잠하다 싶더니만. 입술이 터졌는지 입가에 피가 흘러내렸다. 로트와일러를 올려다보자 한 대를 때리고도 아직 분이 덜 풀렸는지 씩씩대는 그는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또 왜."


"이젠 노친네랑 붙어먹고 다니냐? 그 노친네 완전 깡패더만, 씨발. 좀 제대로 된 사람이랑 사귀지 그래? 아, 네 뒷구멍에 환장하면서 용돈 찔러주니까 좋아 죽겠다, 아주?"


"미친새끼, 내가 너 같은 줄 알아? 할 말 못할 말 가려서 해. 그리고, 해리는 그냥 내 후원자일 뿐이야. 결정적으로 내가 누구랑 만나든 말든, 더이상 네가 상관할 일 아니야. 괜한 걸로 시비 걸지말고 꺼져."


입학 전이라 준비할 것이 많았던 에그시는 더이상 로트와일러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 더이상 저는 예전의 자신이 아니었으며, 로트와일러와 딘 같은 '옛 일'은 청산하고 싶었다. 그런 점에서 해리가 추천해준 학교는 명문이라는 것 보다도, 기숙 학교라는 점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다시는, 그 전의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


"안녕, 난 에그시라고 해. 어, 개리 에그시 언윈. 편하게 에그시라고 불러."


"에기?"


"아니, 에그시."



"아, 내 이름은 찰리야. 찰리 해스켓."


기숙 학교인만큼 룸메이트가 중요했는데, 다행히  찰리는 썩 매너가 좋은 아이였다. 해스켓이라니, TV에서 자주 나오던 성 같았다. 아마 이 학교가 명문 사립학교인 만큼 유명인사들의 자제들이 많이 오는 것 같았다. 에그시는 찰리도 그 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찰리가 에그시를 처음 봤을 때 먼저, 어느 집안의 자제인지가 가장 궁금했다.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유망한 정치가의 아들이었던지라 늘 제게 다가오는 사람은 재벌에, 정치가에, 유능한 사업가의 아들들이었다. 하지만 에그시는 달랐다. 후에 알게 되었는데, 에그시는 재벌, 정치가, 유능한 사업가의 아들이 아니었다. 정말 평범한- 아니 오히려 하위 계층에 속할 것이다- 가정의 아들이었다. 오히려 그런 점이 제 맘에 들었다. 시커먼 속을 감추고 접근하는 사람들과는 근본부터가 달랐으니까.

항상 규칙적인 생활이 몸에 밴 자신과는 달리 에그시는 아침잠이 많았다. 제가 시간표를 보고 하나하나 다 챙겨줘야하는 스타일이었다. 늘 제가 깨워주지 않으면 아침을 거르기 일쑤였고, 수업 시간도 자주 헷갈려했으며, 강의실을 못 찾는 것도 일상이었다. 에그시는 종종 자기가 원래 이렇지 않았는데, 저를 만나고 나서부터 변했다고 말했다. 제가 보기에는 그냥 원래부터 그랬던 것 같았지만, 그랬냐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저보다 작은 키에, 유독 다른 애들보다 하얘서 그런지 정말 귀여웠다. 그래서 더 챙겨주고 싶었다. 아마, 에그시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찰리, 지금 몇시야?"



"두시. 수업 가야했던 것 같은데, 너."



"어, 맞아. 너는? 오늘 수업 언제끝나?"


"난 오늘 수업 끝났어."



"그럼 오늘 저녁도 같이먹자. 나 기다려 줘야해? 나 간다!"


"ㅇ...,"



제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문을 박차고 나간 에그시를 보며 피식 웃었다. 보면 볼수록 자신보다 어려보였다. 어떻게 저 모습이 동갑일 수가 있는 것일까. 영락없는 어린 모습인데. 뭐, 그래서 더 귀엽긴 하지만.


-

 
저녁을 같이 먹자고 말해버렸다.
저녁을 '같이' 먹자고 말하는 게 이렇게 떨렸나. 항상 같이 먹는거였는데. 에그시는 빨갛게 된 귀를 애써 무시하고는 강의실을 향해 뛰었다. 사실, 찰리를 처음 보자마자 반한 건 아니었다. 아침잠이 많은 저를 깨워주고, 늘 챙겨주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 게다가 매너까지 좋았다. 로트와일러와는 출신부터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달랐으며, 심지어 로트와일러만큼 짐승같지도 않았다. 집도 편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학교에 와서 찰리덕에 적응을 더 잘하게 되었다. 물론 명문가 출신 도련님들이 많았지만 찰리와 같은 방을 쓰는 저를 무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정말 유명한 집 자제였구나, 찰리는.


"찰리, 과제 아직 많이 남았어?"



저녁을 어떻게 먹었는지, 무슨 정신으로 침대에 누웠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잠이 가득 묻은 얼굴로 침대에 있던 에그시가 맞은 편의 찰리를 바라보고는 벽 시계를 바라보았다. 새벽 세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아직 스탠드의 불빛을 끄지 않은 찰리가 뒤를 돌았다. 아직 더 남았다며, 자라고 하는 찰리의 목소리에도 피곤함이 가득했다.


"나 때문에 깼어? 미안. 이제 조금만 하면 돼. 얼른 더 자."


평소보다도 훨씬 낮은 찰리의 목소리에 에그시는 스르르 다시 눈을 감았다. 찰리는 서둘러 과제를 마무리하고 에그시의 침대 바로 맞은 편에 있는 제 침대에 누웠다. 에그시의 침대 방향으로 몸을 튼 찰리가 창으로 새어나오는 달빛에 비친 에그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제법 긴 속눈썹, 오똑하고 올망졸망한 코, 살짝 벌어진 빨간 입술. 사내녀석 치고는 제법 예쁘게 생긴 얼굴이었다. 더워서 이불을 발로 차버린 에그시 덕분에 윗옷을 입고 자지 않는 에그시의 몸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동안 몰랐는데, 에그시의 몸에는 잔근육이 꽤나 잘 붙어 있었다. 서서히 살펴보다 온통 하얀 몸에, 유독 핑크색인 곳이 도드라져 보였다. 황급히 눈을 감았으나 아른거리는 몸에 찰리는 밤새 잠을 설쳤다.


-


"찰리, 어디 아파? 안색이 안좋아."


"아니야. 잠을 못 자서 그런가봐."



"다크서클이 이만큼이나 내려왔어. 그러게 빨리 끝내지."


"...그러게 말이야."


일주일에 한 번, 찰리는 에그시와 같이 듣는 수업이 있었다. 차마 어제 밤에 네 몸이 아른거려 자지 못했다고는 말 못하겠다. 하필이면 에그시와 교양을 같이 듣는 전날에 그의 몸을 본 것이 잘못이었는지, 찰리는 이제 에그시의 얼굴만 봐도 미칠 지경이었다. 속으로 여러 번 욕을 지껄인 찰리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교양 수업이 끝나자마자 에그시를 데리고 식당으로 향했다.


"그거 아냐."



"응? 뭐?"



"나, 너 좋아하는 것 같다."


"으응.,... 어? 콜록콜록- 뭐라,고? 콜록-"


밥을 먹다가 어지간히 놀랐는지 기침을 하는 에그시에게 물컵을 건넨 찰리가 한숨을 내쉬었다. 놀라게 하려던 건 아니었어. 미안. 이라고 말한 찰리의 눈꼬리가 쳐졌다.


"어, 그러니까, 날 좋아한다는 말이지? ㅇ....., 그러니까...."


"응. 대답해 주지 않아도 돼. 부담을 주려던 건 아니야."


"아니, 그게, 어..... 사실 말이야, 나도.."


좋아해, 찰리.

좀 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으나 들었는지 찰리의 표정이 밝아졌다. 에그시의 손을 잡아오는 찰리의 손이 유독 더 따스했다. 다행이다. 라고 하는 찰리가 사랑스러워 손을 마주잡았다. 창가로 들어오는 가을 햇살이 눈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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